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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치 111년 기억 친일잔재 지우기

기사입력 2021.08.3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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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흥 (사회학자,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

     

    2010년 8월 28일, 경술국치 100년을 맞는 국치일 전날 밤에 ‘국치 100년 기억’으로 시작했던 ‘친일음악회’가, 9년, 10년,... 나이테를 쌓아 어느덧 ‘국치 111년 기억’을 맞게 되었다. 친일음악회는 ‘친일·항일음악회’, ‘친일·항일음악극’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연극과 어우러진 음악극 종합무대가 되었다. 해방후 76년이 지나도록 우리 곁에 남아있는 일제의 흔적, 특히 음악속에 남아있는 친일의 찌꺼기를 지우고 진정한 문화의 독립을 이루려고 한 노력이다.

    긴 세월동안 우리는 불러야 할 노래와 버려야 할 노래의 구분없이 지내왔다. 친일음악회는 그렇게 우리 문화속에 주인처럼 자리잡고 있던 친일노래들과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만든 노래들을 하나씩 둘씩 밝혀내고 솎아내는 일이다. 어두운 시절에 목숨바쳐 투쟁했던 항일음악가들의 묻혀있던 노래들을 찾아내서 알리는 일이다. 문화속에 그대로 남아있던 일제잔재와 친일흔적들을 찾아내 정리함으로써 비로소 온전한 독립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문화속의 친일청산작업으로 시작한 친일음악회 등을 계기로 의향義鄕 광주는 2019년 1월에 전국 최초로 <친일잔재전수조사보고서>를 만들어냈다. 같은 해 8월에 전국 최초로 자치단체가 주체가 되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기념물에 단죄비를 세우고, 일제식민통치의 흔적에 안내판을 세우기 시작하여 2020년, 2021년에도 단죄비와 안내판을 세웠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전국 최초로, 관청에서 주관하는 공식행사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안익태가 지은 애국가 대신 독립군이 부르던 애국가를 부르는 선례를 만들어 친일파 안익태 애국가 안부르기 운동에 불을 지폈다.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친일잔재청산운동

    광주에서 일어난 바람은 전국으로 퍼져나가 수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친일잔재 전수조사를 시작하고, 각 교육청마다 학교내 일제의 흔적을 찾아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곳곳에 있는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기념물에 단죄비를 세우고, 친일음악인이 작곡한 교가를 바꾸는 등 생활속의 친일청산이 시작되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룬 것도 있으나 아직도 할 일이 많다. 하나씩 둘씩 찾아낸 일제의 흔적들을 온 나라에 널리 알려 이를 바로잡아나가는 힘든 작업이 남아있고, 음악이 아닌 다른 분야의 찌꺼기들을 걸러내는 일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나라로부터 서훈받지 못하는 독립유공자께 ‘시민 서훈패’ 올리기, 일제강점기에 가네보방적이었던 일신방직/전남방직터에 ‘일제강제동원시민역사관’ 만들기, 홍범도장군 모시듯 해외 독립유공자 유해 찾아모시기, 일제가 망가뜨리고 없애버린(創地改名) 우리 땅이름 찾기, 독립운동 유공자 및 기념물 전수 조사, 역사적 공간에 세대를 잇는 문화예술콘텐츠 만들기, ...

    이 시대에 다시 시작된 독립운동에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국치 100년 기억부터 지금까지 ‘친일음악회’에 함께 해주신 ‘꿈꾸는 예술’의 정찬경 단장과 음악가들, 노래운동가 주하주 선생, ‘극단 깍지’의 김호준 단장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 영상과 음향을 맡아준 국민TV 광주회원들, 그리고 생업을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열성적으로 이끌어온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의 회원들께 뜨겁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 운동이 여기까지 오는 동안 큰 힘이 되어주신 광주광역시교육청 장휘국 교육감께도 고마운 말씀드린다.  

     

    민국民國 103년(서기 2021년) 8월 29일,

    국치 111년을 기억하면서

     

    김순흥 (사회학자,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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