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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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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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G7 정상회의에 2년 연속 초대되었다. 게다가 자리배치에서도 G7회원국도 아닌 한국의 대통령이 의장국인 영국 다음 ‘상석’에 자리를 하였다는 것이 뉴스가 되고, ‘한국의 높아진 국격’에 관한 말들이 자주 나온다. 청와대의 공식 브리핑에서도 “한국의 G7 정상회의 참석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의미” “G7은 선진국들 간의 협의체로 국제경제 및 정세, 글로벌 현안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회의에 책임있는 선도 선진국 중 하나로 참여하는 의미”라고 말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가 뒤흔들리고 있다. 자타가 모두 선진국이라던 나라들이 코로나방역에 무방비상태가 되고, 올림픽을 열기로 한 일본이 코로나에 무너져 올림픽이 연기되더니, 몇 주밖에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올림픽이 열리는 것이 불확실한 상태이다. 한때, 전자산업, 자동차, 조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를 이끌던 일본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 등 다른 나라에 추월당하고, 코로나19 난국을 이겨내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흔히 선진국의 구분은 1인당 국민소득같은 경제지표만 따지기 쉬운데 여기에 사회적 기준이 더해진다. 경제적 기준으로만 따지면 중동의 산유국들이 선진국에 들어가야 하지만, 어느 누구도 중동의 산유국들을 선진국이라고 하지 않는다. 사회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 외에도, 고등교육 이수율, 문맹율, 인구 1만명당 의사수, 인구 1만명당 자동차수, 양극화 정도(평등지수), 민주화 정도, 언론자유, 인권지수, 직접세 비율, 복지수준, 등등 다양한 사회적 지표로 사회발전 정도를 나눈다. 미국 다음가는 경제대국으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선진국반열에 있던 일본이 코로나로 헤매고 있는 것을 보면, 저 나라가 과연 선진국인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돈이 많아도 선진국대열에 들어오지 못했던 산유국의 경우와 다른게 뭔가?

- 산업혁명 수용단계로 나뉘는 선진국

일본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것을 사회학자의 시각에서 보면서, 선진국과 후진국 구분기준으로 ‘산업혁명 수용단계’를 새로 추가한다.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된 1차 산업혁명, 전기에너지의 2차 산업혁명, 인터넷이 불러온 3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모두가 2차 산업혁명 단계에 머물러 있을 때는 이 기준이 변수가 아닌 상수였기에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었으나, 3차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나라에 따라 다른 3차 4차 산업혁명의 수용정도(생활화)가 사회발전을 측정하는 주요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꽤 오랫동안 한국은 IT강국으로 불리고 있다. 코로나사태가 오기 전까지는, 인터넷을 언제 어디서나 가장 빠르고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나라로, 단순히 ‘편리성’ 개념으로만 평가했다. 코로나 이후,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IT는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사회유지 기능’인 것이 확인됐다. 세계가 놀라는 K방역시스템(실시간으로 확인되는 코로나감염상황, 백신예약시스템, 잔여백신 확인시스템, ...)도, IT의 보급과 보편적으로 생활화된 활용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한편, 2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까지는 잘 나가던 일본이, 3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무너지기 시작하다가, 코로나19를 만나면서 총체적으로 헤매는 주요 이유는 낮은 IT수준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인터넷이 널리 활용되지 않는 일본에서는 정치와 행정을 비롯하여 사회적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잃어버린 10년’이 ‘20년’ ‘30년’을 넘어 ‘잃어버린 40년’이 되어가는 동안, 단지 ‘경기가 안좋아서’라고만 생각했던 일본의 몰락은, 사회변화가 반영되지 않은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철기문명을 가지고 온 백인 앞에서 석기문명의 인디언의 몰락은 뻔했다. 2차 산업혁명기에 머물러 있는 사회와 3차 4차 산업혁명이 자리잡은 사회의 경쟁도 마찬가지다.

 

김순흥 [사회학자, (사)한국사회조사연구소 소장,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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